*가까운 사람이 떠날 때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현실적으로 묘사
주인공 소녀는 잔뜩 골이 난 채로 집 앞 계단에 앉아 있어요.
그런 소녀에게 아주 못생기고 지저분한 개가 찾아와요. 그 개의 이름은 ‘테디’인데, 꽉 끼는 작은 스웨터를 입고, 듬성듬성하고 누런 이빨에서는 냄새까지 나요.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소녀에게 테디는 소녀의 엄마가 집을 나간 걸 안다고 이죽거리며 소녀의 화를 돋구어요.
맞아요, 엄마는 집을 나갔어요.
엄마는 이제 더이상 빨래를 널기도, 식탁 밑에서 내가 흘린 과자 부스러기를 줍기도, 또 쇼파 밑으로 들어간 내 장난감을 꺼내주기도 싫은가봐요.
지난밤에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큰 소리에 잠에서 깼어요.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엄마는 집을 나가고 없었어요…
별안간 슬픈 눈이 되어 나를 바라보는 테디를 보고 울음이 터진 나를 테디는 다정하게 위로해줘요.
나는 테디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어요.
그런데 테디는 온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네요.
음식도 막 여기저기 흘려놓고, 빨래감으로 응접실을 요새를 만들어놔요.
그리고 엄마의 옷, 장신구, 화장품, 잡지 등 엄마가 쓰던 물건을 모두 가져다 망가트리려고 해요. 소녀의 벽에 걸려 있던 액자를 떼려던 순간, 소녀는 정신이 퍼뜩 들어 테디를 멈추게 하죠. 그건 바로 세상에 태어난지 몇 분이 안 된 소녀가 엄마와 찍은 사진으로, 소녀도 엄마도 소중하게 아끼는 액자였어요.
그 순간 퇴근하고 집에 온 아빠는 아수라장이 된 집을 보고 깜짝 놀라요.
소녀는 아빠 품에 안겨 엄마가 집을 나갔다며, 엉엉 울어요.
“이제 엄마는 더이상 내 엄마를 하기 싫은 건가요?”
아빠는 소녀를 꼭 안아주며 소녀는 변함없이 엄마아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확신시켜줘요.
아빠와 저녁을 먹고, 엄마가 남기고 간, 크지만 따뜻한 양말을 신고 티비를 보다가 소녀는 잠자리에 들어요.
이불 아래 함께 누워, 앞으로 착하게 행동하겠는 테디에게 소녀는 얘기해줍니다.
“항상 착하지 않아도 돼. 가끔 엄청 화를 내는 것도 도움이 될 때가 있어.”
잠이 들려는 찰나, 문밖에서 아빠가 통화하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요.
“다 괜찮아.”
아빠와의 다툼 후, 엄마의 가출로 인해 소녀가 느끼는 당혹과 분노와 좌절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런 감정을 소녀의 상상 속 비호감 강아지 ‘테디’에 투영해 스토리를 끌어가죠. 그러니까 테디는 곧 소녀였어요. 한바탕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며 분노를 쏟아붓고 나서야 소녀는 내면의 좌절감을 마주하게 됩니다. 다행히도 아빠가 따뜻한 포옹으로 소녀의 당혹감과 슬픔을 위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