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보다 강력한 실화>>
이 작품은 범죄의 전말이나 이념의 옳고 그름을 다투는 책이 아니라,
사건 이후 남겨진 가족의 삶—말하지 못했던 시간, 은신의 규칙들,
그리고 한 개인이 스스로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1970년대 후반, 고도 경제성장에서 버블기로 이어지는 일본의 절정기.
그 한복판,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목표로 ‘선샤인 60’이 지어지던 도쿄 이케부쿠로.
그곳에서 친구들과 뛰놀기를 좋아하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한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소녀의 집에는 늘 이상한 규칙이 있었습니다.
“절대로 친구를 집에 데려오지 마라.”
“우리 집 주소를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 된다.”
“낮에는 커튼을 열지 않는다.”
왜 이런 규칙이 필요한 걸까요?
무엇을, 혹은 누구를 감추고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집 안 어디에,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살아가는 ‘그 인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발도 없고, 이름도 없고, 외부와의 접촉도 철저히 차단한 채, 마치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그 인간’.
소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화장실 물은 내리지 않은 채였고, 현관에는 어머니와 소녀의 신발 두 켤레뿐이었습니다.
‘우리 집에 세 사람이 산다’는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죠.
‘그 인간’는 누구였을까요?
왜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사라진 채 살아야 했을까요?
그리고 왜 소녀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을까요?
그는 바로, 1970년대 일본 사회운동의 분화 속 일부 그룹이 과격한 행동으로 치달았던 때
폭발물 설치 사건에 연루되어 지명수배된 인물,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존재를 철저히 숨겨야 했던 ‘아버지’였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비로소 소녀는 그 침묵과 은폐의 이유를 마주하게 되고,
아버지의 자수와 재판, 복역 이후에도 계속되는 기억의 무게를 글로써 다시 배치하며
자기의 언어로 스스로의 삶을 회복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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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유년기와 청년기를 관통하며 차분한 서술과 섬세한 유머로 독자를 붙잡는 것이 특징으로,Amazon Japan에서도 평균 별점 4.4 점(100여 개 이상의 리뷰)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무거운 소재에도 속도감 있게, 유머러스하게 읽힌다.”
“실화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더 깊게 다가왔다”와 같은 독자 반응과 함께,
독서 커뮤니티에서는 침묵과 은신 생활의 디테일, 가족의 개성에서 오는 만화적 재미,
비극을 소비하지 않는 품위 있는 톤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독보적인 서사 감각은 우연이 아닙니다.
긴 시간 동안 ‘연기’와 ‘이야기’를 직업으로 삼아온 저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연기하고 또 이야기로 만드는 일을 오래 해왔습니다.
그런 그녀가 마침내 자기의 삶을 자신의 목소리로 쓰기 시작했고, 그 결실이 바로 이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