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사람을 고립시키는 벽. 그러나 그곳에 바위 샘물처럼 스며드는 말이 있었다.
――와시다 키요카즈(철학자)

유머러스하면서도 뭉클하게 아린, 처음 마주하는 빛.
――이토 아사(미학자)

궤양성 대장염에서 장폐색까지――부서졌기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절망적인 고통과 함께 살아온 저자가 찾아가는 ‘문학의 언어’라는 지평.

• 물을 마셔도 막혀버리는, “내보낼 수 없는” 장폐색의 고통

• 통증 때문에 죽조차 “삼킬 수 없는” 애절함

• 의성어, 비유…… 고통을 ' 몸으로 말하기’ 위한 제안

• 여성의 고통이 사회적으로 “가볍게 여겨져” 온 이유

• 칸트의 착각, 니체의 ‘고통의 효용’…etc.

왜 고통은 사람에게 이렇게나 전달되기 어려운가?
‘아픈 사람’과 ‘아픈 사람 곁에 있는 사람’을 이어 주는, 지금까지 이세상에 없었던 책입니다. 

<독자리뷰>

‘고통’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고통스러운 장면이 가득할까 잠시 겁이 났지만, 그런 장면의 묘사는 거의 없다. 저자는 오랜 병으로 고통을 겪어온 탓에 수많은 통증을 경험해 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고통’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이 책에서 펼쳐 보인다.

타인의 고통을 공유한다는 것은 어렵다. 저자는 그 사실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아무리 상상해도 경험하지 않은 나에게는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전제를 이해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본문 99쪽). 이 책은 바로 그 이해의 출발선에서 한 걸음, 두 걸음 더 나아가게 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제5장 「고통을 말로 표현하다」, 제11장 「고통의 문학적 분류」에서는 고통 자체를 언어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탐색한다. 제6장 「몸의 트라우마, 플래시백으로서의 고통」, 제10장 「지배로서의 고통, 해방으로서의 고통」에서는 여러 관점에서 고통의 위치를 규명하려 시도한다. 또 제8장 「고통과 환생」, 제9장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일부러 고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서는 고통을 둘러싼 다양한 현상에 접근한다. 이 외에도 책 전반에 걸쳐 고통을 둘러싼 다채로운 고찰이 전개되며, 어느 장을 펼쳐도 놀라움과 발견이 있다.

문학 소개자를 자처하는 저자답게 문학 작품의 인용도 많다. 그 인용들은 적확하여, 독자로 하여금 ‘고통’을 잠시나마 이해한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공유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이 책은 그 어려운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한 의욕적인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고통’이라는 단어에 주저하지 말고, 많은 이들이 손에 들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한 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