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수많은 일과 기억들에 지친 한 여인은 자신의 아늑한 집에서 조용히 '그녀(죽음)'를 기다리기로 결심합니다.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처럼, 언젠가 '그녀'가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 함께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인은 앞치마를 매고, 꽃을 가꾸고, 빵을 반죽하며 경건하게 기다림의 시간을 채워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인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며 "내가 여기 있어요"라고 문을 열지만, 그곳에는 공을 잃어버린 어린 소녀, 굴뚝을 청소하러 온 그을음 가득한 청년, 향기로운 겨울 꽃가지를 청하는 한 여인이 서 있을 뿐입니다.
여인은 매번 그들을 '그녀'라 여겨 정성껏 차린 차와 음식을 대접하며 따뜻한 시간을 보냅니다.
이 우연한 만남들은 지루하던 기다림을 과거의 놀이, 집을 돌보는 일, 공책에 정원의 꽃을 그리는 활기찬 일상으로 변화시킵니다.
어느 달지 않은 밤, 길을 잃은 유랑 서커스단이 찾아왔을 때도 여인은 문을 열어 리크 버섯 수프를 대접하고 밤새 함께 웃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새벽이 올 무렵, 여인은 마침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됩니다.
더 이상 그녀를 기다리지 않기로요.
먼 훗날 여인이 '그녀'를 만났을 때, 삶이 문을 두드릴 때 맞이하듯 기쁘게 그녀를 환영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