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사회학자 안드레아스 레크비츠는 신작 『유산(Inheritance)』에서 상속, 유산, 문화유산 등의 의미를 폭넓게 아우르는 독일어 개념 '에르베(Erbe)'를 렌즈 삼아 후기 현대 사회를 정밀 타격한다.
저자는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부동산과 같은 물질적·금전적 유산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개인적 트라우마와 세대 간 전승되는 정신적 상흔, 국가적 문화유산과 약탈된 유물, 그리고 현대의 삶이 남긴 지구적 결과물인 쓰레기, 영구 화학물질, 파괴된 열대우림, 기후 변화까지 모두 포함하여 유산의 범주로 확장한다.
유산이라는 개념은 이미 세상을 떠난 자, 현재를 살아가는 자,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 사이의 관계를 전제하며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초세대적 축'을 형성한다. 이 책은 후기 현대 사회의 개인, 사회 집단, 국가 공동체, 나아가 인류라는 종 전체가 과거로부터 무언가를 물려받았고 앞으로도 물려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특히 우리가 물려받는 유산이 긍정적인 것뿐만 아니라 모순적이고 때로는 파괴적인 '음의 유산'일 수 있음을 고통스럽게 자각하는 현시대의 특수성을 짚어낸다. 나아가 대중문화적 현상부터 공공 동상 철거 논쟁, 세대 간 정의, 기후 변화 담론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이 유산 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명쾌하게 풀어낸다.
오늘, 푸코를 다시 읽는 이유
Conditions of Our Existence
-----------------
Conditions of Our Existence
(Bedingungen unserer Existenz)
by Martin Saar & Frieder Vogelmann
분야: 인문 / 철학
사양: 미정
20세기 거장 미셸 푸코를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그리고 널리 읽히는 동시에 수많은 비판을 받아온 그의 작품들이 갖는 영향력을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오늘날 푸코의 저작은 인문학, 문화학, 사회과학 분야의 정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사상은 현대 사상의 비이성적 일탈이나 상대주의적 미궁을 낳은 주범으로 자주 비판받곤 한다.
마틴 자르와 프리더 포겔만은 푸코의 유산에 대한 영민한 철학적 탐구를 통해, 그를 범접할 수 없는 권위로 추앙하지도 않으며 그의 저작에서 진리의 해체나 정체성의 절대화, 정치의 파편화를 도출해 내지도 않는다. 대신 저자들은 특정 맥락에서 '진실', '진정성', '정통성'으로 여겨지는 것들의 전제 조건을 정밀히 검증하는 대단히 민첩하고 진단적인 사고 양식을 포착해 낸다.
푸코의 그 유명한 거리두기 기법은 정치적·사회적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사고 방식의 표현이다. 결국 푸코의 철학적 비판이 다루고자 하는 핵심은 다름 아닌 '우리 존재의 바로 그 조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