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토내해에 떠 있는, 인구 약 3,000명의 작은 섬 ― 나오시마.
혼슈의 오카야마현과 시코쿠의 가가와현 사이에 위치한 이 섬에는
현재 연간 약 72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지금은 현대미술이 가득한 섬으로 알려져,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가 된 나오시마.
내가 이 섬에 처음 관여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7년 전의 일이다.
지금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이지 너무도 조용한 섬이었다.
다른 섬들과 마찬가지로 과소화와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어제와 오늘이 의심 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 만큼,
한적하고 여유로운 공기가 섬 전체에 감돌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싼 세토내해의 잔잔한 바다,
그 위에 쨍쨍하게 쏟아지는 맑은 햇살.
이 평온함이 아마도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장소였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현대미술과 얽히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섬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그것은 “극적”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상 이상으로 큰 변화였다.
그 상태로 두었다면 시대의 뒤처리만 간신히 따라가는,
어쩌면 사람들에게 잊혀져 갔을지도 모를 그런 섬이,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대역전을 이루고,
시대의 최전선으로 뛰어오르게 되었다.
그것도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장소로.
비록 그것이 현대미술이라는 좁은 세계 안의 일이긴 하지만,
해외의 일류 미술 잡지들에 소개되고,
전 세계 현대미술 팬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전설적인 장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중략)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이 어떠했는가에 따라,
그 미래의 모습이 결정된다고들 말한다.
즉, 시작을 보면 그 존재의 본질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오시마의 시작’에 어떤 시간이 흐르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은
결코 의미 없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당시 나오시마에는 어떤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을까?
시계를 25년 전으로 돌려보자.
이것은 마을 만들기였을까?
기업의 이미지 전략이었을까?
아니면, 현대 미술의 실험이었을까?